오설자(吳雪子)의 글에는 그 이름처럼 흰 눈이 천천히 내려와 빛을 낸다. 그녀의 글은 차지 않은 겨울날 눈처럼 가슴 한켠에 시나브로 쌓인다. 시정(詩情)이 어린다. 그것들을 읽노라면 이내 꼼짝없이 그 장소에 가 있게 된다. 그녀의 글에는 가까이 만난 사람들이 줄곧 나온다. 어머니(「풋고추 열 개」「엄마의 첫사랑」), 외할아버지(「외갓집 고갯마루에 노을이 지고」), 선생님(「그리움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시아버지(「두 번째 만남」), 남편(「달빛 때문이었을까」 「우산을 같이 쓰고」),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남아 있는 모든 첫 잔에 건배를!」「광장에서 스며들기」) 등 그들과의 만남이 일으키는 그리움과 연민, 예지는 읽는 이의 가슴에 유록빛 향기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