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동서원(道東書院)은 소학동자(小學童子) 한훤당 김광필(金宏弼)의 실천지성(實踐知性)과 안민(安民)의 실용학을 추구했던 한강 정구(鄭逑)의 무실학풍(務實學風)이 유통하는 영남학의 산실이다. 치우침을 경계하며 성리학의 실천성을 강조했던 ‘중정(中正)’의 정신, 외양(外樣)의 꾸밈에 질색했던 구시(求是)는 도동학풍의 본령이자 현실 참여의 원동력이었다. 낙강(洛江)이 비장했던 이 천혜의 도량에서 도동의 학인들이 꿈꾼 것은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참된 지식인, 활인(活人)과 활세(活世)의 웅지(雄志)를 품고 공동체의 발전을 이끄는 신실한 리더였다.
무성서원(武城書院)은 골품제라는 극한의 태생적 굴레를 극복하고 글로벌 인재로 성장했던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을 기리는 애민과 육영의 장소이다. 그가 이룬 것은 자신을 옥죄던 사회적 제약을 뛰어넘은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여 적용될 수 있었던 한국인의 식견과 역량을 보여준 문화강국의 고독한 개척자였다. 그의 사유는 애민정신과 접목되어 이 땅의 고귀한 인문자산이 되었고, 그 정신은 신잠(申潛)·정극인(丁克仁)·최익현(崔益鉉)을 통해 면면히 계승되어 그 시대의 필요와 상황에 맞게 생동했다. 유불도 삼교의 사상적 경계를 넘었던 최치원의 삶이나 나라의 위기 앞에서 죽음의 길을 택했던 최익현의 정신에서는 무성의 질실(質實)한 학풍으로 스스로를 치열하게 수양했던 선비의 진한 향기가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