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공포소설 못지않게 에드거 앨런 포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깊이 각인시킨 장르가 있다. 바로 환상·비행소설이다. 현대 공상과학소설의 기틀을 마련함은 물론, 후대 작가들인 쥘 베른, H. G. 웰스, 아이작 아시모프 등 걸출한 공상과학 소설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환상·비행소설 전편을 소개한다. 본권의 대표작인 「한스 팔의 전대미문의 모험」을 포함하여 ‘포의 장르’라 불리는 환상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타원형 초상화」, 「요정의 섬」, 「침묵」 등 14편의 중단편을 수록했다. 풍자·판타지와 혼용되던 공상과학소설의 새 지평을 열다추리·공포소설과 더불어 포가 창시자로 거론되는 또 다른 장르인 환상·비행소설은 현대 공상과학소설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표제작 「한스 팔의 전대미문의 모험」은 주인공 한스 팔이 자신이 직접 만든 열기구를 타고 달나라를 여행하는 모험기를 담은 포의 대표 환상·비행소설이다. 기상천외한 한스 팔의 주장에 웃음이 터지다가도 열기구를 만드는 과정이나 하늘에 떠다니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포 특유의 신뢰할 만하고 개연성 있는 문체에 그만 납득당하고 만다. 작품 마지막 부분에서 포가 “과학적 원리를 통한 이야기의 핍진성”을 강조함으로써 이전까지 모호했던 공상과학소설과 풍자·판타지를 구분하는 핵심 지점을 짚어주었는데, 이는 19세기 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현대 공상과학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유의미한 시도였다. 포의 문학은 이후의 걸출한 공상과학 소설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 공상과학소설의 선구자로 불리는 쥘 베른이 「한스 팔의 전대미문의 모험」에서 영감을 받아 《지구에서 달까지》(1865)를 쓰기도 했다. 포의 환상·비행소설들이 현대 공상과학소설을 상당 수준까지 높이는 데 일조했음은 물론, 15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독자들은 환상적인 그의 문체가 집약된 「한스 팔의 전대미문의 모험」 「열기구 사기」와 같은 여행기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포의 장르’오감을 일깨우는 환상문학을 파헤치다 흔히들 포의 소설들을 ‘환상적’이라고 표현한다. 기괴하고 때로는 공포스러우며 병적으로 광기에 휩싸인 인간을 그리지만 결국 그 끝은 환상적으로 귀결된다. 자신의 아내를 초상화 속에 가둬버린 집착 어린 화가의 이야기를 담은 「타원형 초상화」, 무덤 그늘 밑에서 악마가 들려주는 우화 「침묵」, 죽음과 사후 세계, 무의식을 넘나드는 「모노스와 우나의 대담」 「최면의 계시」 등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독자들은 포를 오감은 물론, 인간의 모든 상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게 하는 환상문학의 대가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는 쥘 베른, 아서 코넌 도일, 프란츠 카프카, 보르헤스, 르네 마그리트, 라흐마니노프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자신의 독특한 취향과 철학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대중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 역시 포가 구축해낸 위대한 업적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