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시집『달에서 여자 냄새가 난다』에서 이정오 시인의 시적 방향은 대상과 자아의 자유로운 동화, 즉 사물과 우주의 내부를 향해 손을 내민다. 내적 질서의 고민과 서정의 다양한 풍경을 관통하고 있었다. 이번 시집『층층나무편의점』이 갖는 시적 변화와 첫 시집과의 차별성이 있다면 어쩌면 우발적 기능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시인은 칙칙하고 불안한 내부를 빠져나와 우울한 내부를 넘어 사물의 즐거운 환한 외부가 되고자 한다. 생에 대한 이정오 시인의 감각은 가볼 수 없는 현상 너머까지 드나든다. 이러한 시적 화자의 시각과 외부의 빛을 포착하는 에너지는 그의 시 「편의점 대첩」, 「즉석 복권」, 「독한 위로」, 「시간을 재는 사람들」 등의 시에서 읽어낼 수 있다. 시의 근간이자 뿌리인 잘 짜인 감수성, 이 첨예한 지점을 이정오 시인은 잘 알고 있기에 앞으로 범상한 일상의 국면을 지나 자아는 확장되고 이 시인의 시는 중요한 서정적 가치를 지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