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리고 죽음에 관한 사진적 고찰
류가헌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최원락 작가의 사진전을 묶은 사진집. 작가는 순간의 포착으로 잡기 힘든 시간의 흐름과 불연속성, 그리고 소멸을 아버지를 사진에 담으면서 표현해냈다. 생존 당시 아버지의 모습부터 죽음의 의례, 그 이후 아버지의 부재까지를 담은 작가의 사진은 단순히 부친의 모습을 보존하려는 기록과 재현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한 방식인 ‘사진’을 통해 아버지를 바라보고 아버지의 인생을 해석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사진들은 사진으로 표현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잠재의식의 세계를 다룬 듯 보인다. 또한 인간의 죽음, 고독, 손실과 같은 보이지 않는 관념에 대한 사진적 표현능력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드러난다. 기존의 방식을 허문 과감한 프레이밍, 좌우상하 구분 없이 역진행하는 의외성 등... 어떤 사진은 미니멀리즘적인 부분묘사를 통해 전체를 연상시키는 은유적 사진으로도 전개된다. 대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타자의 죽음이지만 아버지의 죽음이 결코 타자의 죽음일 수 없듯이, 이 사진들 역시 타인의 아버지의 사진이지만 나 또는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사진을 바라보는 자의 감상과 공감이 거기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