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사이드의 지식인에 본질적이고 실천적인 물음
1992년 영국의 공영방송 BBC의 유서 깊은 강연 시리즈인 리스 강연에 초청받은 에드워드 사이드는 강연주제로 '지식인의 표상'을 선택했다. 동구권의 붕괴와 걸프전쟁 직후 포스트모더니즘의 상대주의와 회의주의가 팽배하던 때, 많은 시청자를 확보한 강연을 통해 사이드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식인이란 누구인가?” “지식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식인이라는 호칭이 더 이상 명예와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냉소와 비아냥을 불러일으키는 시대, 지식인의 표상을 묻는 것은 비판의 가능성을 묻는 일이었다.
사이드는 글을 여는 서문에서부터 자신이 제시하는 지식인은 결코 정파와 진영 논리에 빠져 비판적 언사만 앵무새처럼 내뱉는 인물이 아님을 강조한다. 사이드가 이 책에서 말하려고 하는 것은 지식인의 ‘공적 참여’에 관한 ‘보편적이고 단일한 기준’이다. 사이드는 지식 산업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현대 세계에서 지식의 생산과 유통에 참여하는 이들은 모두 지식인으로 보는 그람시를 따르면서도, “지식인은 대중을 향해서, 그리고 대중을 위해서 하나의 메시지, 관점, 태도, 철학이나 의견을 나타내거나 구현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개인적 존재”라고 덧붙인다.
고도로 전문화된 사회에서 자신의 전문 분야에 함몰되지 않고 독립적인 개별적인 지식인은 존재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사이드는 현실주의와 이상주의를 결합해야 하며 냉소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사이드는 자신의 영역 바깥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눈을 감는 지식인의 전문주의의 폐해를 ‘아마추어주의’를 통해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저자는 기독교 원리주의, 이슬람 원리주의 등 그 근거를 망설임 없이 내세우는 것은 초월적이고 계시와 영감을 들먹이는 야만이라고 말하면서, 지식인은 이 모든 성스러운 시각이나 경전 수호자들과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이드의 지식인론은 평생에 걸친 사이드의 활동(저술과 사회참여 모두를 아우르는)의 방법론과 실천지침에 다름 아니다. 세속성, 아마추어주의, 망명 등 그의 저술 전체를 가로지르는 핵심 개념이 압축적으로 녹아 있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도 팔레스타인인으로 태어나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망명자의 삶을 살아온 사이드의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