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부터 나치 독일까지 『게르마니아』 오독의 역사
역사상 가장 위험한 책은 무엇일까?
고대 로마의 문헌 ‘게르마니아’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책 중 한 권이 되었는지 밝힌다. 이 책은 하버드 대학의 고전학 교수인 저자가 수세기 동안 세계 각지에서 출간된 『게르마니아』와 관련된 엄청난 문헌 자료를 찾아내고, 라틴어, 히브리어, 독일어 등 자신의 모든 언어 역량을 집약시켜 조국 독일 역사에 대해 연구한 결과물이다.
책 한 권의 텍스트가 그 고유한 의미를 넘어 현실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위험한’ 책들은 많다. 그중 로마 시대의 역사가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는 이탈리아의 저명한 역사학자 아르날도 모밀리아노(Arnaldo Momigliano)가 역사상 가장 위험한 책 중에서 상위권으로 꼽은 책이다. 이 책이 분열된 독일 민족에 국수주의 운동, 인종차별주의, 독일 민족지상주의, 게르만 신화 등의 이데올로기적인 기반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20세기 최대의 재앙으로 꼽히는 유대인 대학살을 일으킨 히틀러와 친위대 총사령관 히믈러가 나치 핵심 개념을 구상할 때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로마 시대부터 나치 독일까지의 권력자와 지식인들이 각자의 지식과 이해관계에 따라 『게르마니아』를 오독하거나 왜곡한 사례를 광범위하게 분석해 나가며 한 권의 책이 지닌 의미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왜곡되어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마치 탐정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추적한다. 책의 말미에서 “가장 위험한 책은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가 쓴 것이 아니라 그의 독자들이 만든 것이다.”라고 말한다.역사에 대한 오독과 왜곡이 잘못된 이데올로기를 만드는 데에 기여하고, 현실에 영향을 미처 예상치 못한 참극을 낳는다는 이 책의 메시지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단일민족의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팽배하고, 독도 분쟁, 동북공정 등의 역사적· 정치적인 분쟁이 계속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이 책은 역사를 엄정하게 해석하는 시각의 중요성을 독자들에게 일깨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