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에게 전쟁이란, 그것이 애국인 줄 알고 나아가서, 명령에 따라 적의 병사들을 죽이다가, 자신 또한 적에게 죽음을 당하고 마는 허망하고 처참한 비극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성을 잃은 ‘말단의 도구’들은 죽음을 죽음으로 갚는 피의 복수전을 펼치고, 그 비극 앞에 가슴이 찢겨 망연히 우는 이는 그들을 낳은 엄마, 자식을 빼앗긴 모성일 뿐이지요. 평화그림책 다섯 번째 권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소용돌이치는 푸른 붓질 위에 붉은 갈필로 제목을 얹은 책 표지를 열면, 일상의 거리가 펼쳐집니다. 아이를 안고 나들이하는 여인, 출근하는 남자, 데이트하는 연인,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아이와 손자의 손을 잡고 장 보러 가는 할머니, 어디론가 여행을 가는 여자와 뛰노는 아이들...... 또 한 장을 넘기자 이 평화로운 사람들은 깃발을 흔들며 거룩한 참전을 종용하는 애국 군중이 되어 버립니다. “나라를 위해 싸워라!” 응원을 받으며 ‘나’는 전쟁터로 나아가는데, 울고 있는 사람은 오직, 엄마뿐입니다.
명령을 따라 나와 똑같은 사람을 향해 총을 쏘던 나는, 날아온 적의 포탄에 온몸이 찢기어 죽어 버리고, 다리도 몸뚱이도 얼굴도 없어져 버립니다. 죽어버린 내가 느끼는 세상은 춥고 어둡습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뒤에야, 눈도 귀도 모두 없어진 뒤에야 내 마음은 무언가를 보고 무언가를 듣고 무언가를 느낍니다. 비로소 웅크린 채 울고 있는 어머니가 보이고, 동생의 미친 듯한 분노가 보입니다. 적의 분노와 증오도 보입니다. 그리고 나는 성찰합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싸우는 걸까? 누구를 위해 죽이고, 누구를 위해 죽음을 당하는 걸까? 무엇을 위한 죽음인가?’ 하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