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다. 날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날 것의 현실과 기묘한 환상의 경계에서 반짝이는 색다른 감동 소설
열두 살 ‘빌리’는 회피와 포기가 더 익숙한 소년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시름시름 앓는 엄마와 자신을 괴롭히는 학교 친구에 대한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기가 두렵다. 아빠를 따라 마트에 가서도 먹고 싶은 걸 사달라고 조르는 일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자신이 발 딛고 선 현실이 답답하고 두려울 때면, 빌리는 동네 바닷가로 향한다. 바다는 머리의 ‘뚫어뻥’ 같아서 모든 근심과 걱정을 빨아가기 때문이다. 수영을 잘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빌리의 별명은 ‘물고기 소년’이다.
내가 고등어라면 얼마나 좋을까. 고등어는 서로 소통하는 능력과 무리가 하나되어 움직이는 기술이 매우 뛰어나다. 심해의 사교가들이다. 물론 같은 무리에 속한다는 전제하에. 그렇지 않다면 잡아먹힐 거다. 고등어 빌리는 다시마숲을 찾아다닐 테니, 인간 빌리도 그렇게 한다. 안전한 곳을 찾아가고 그림자 속으로 들어간다. 본문 18p
그러던 어느 날, 물속에서 한창 수영중인 빌리 앞에 고등어 한 마리가 나타난다. 빌리의 고글에 훅, 물방울을 내뿜고는 말을 걸어온다. “물고기 소년, 케즈도딕.” 고등어가 흔들흔들 다가와 손에 닿자 빌리의 폐가 팽창하면서 호흡이 가능해진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 우연한 만남은 눈부시게 빛나는 은빛 고등어떼와의 바닷속 질주로 빌리를 이끈다. 아픈 엄마도, 나쁜 친구에게 빼앗긴 나이키 운동화도, 어려운 집안 사정도 모두 잊게 한다. 하지만 수면 밖으로, 집으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은 반드시 찾아온다. “갈게. 돌아올게. 내일.” 물고기들에게도 내일이 있는 걸까, 그 고등어는 빌리의 별명을 어떻게 알았을까, 케즈도딕이란 말은 대체 무슨 뜻일까, 내일도 고등어 녀석들을 만날 수 있을까? 보살핌과 사랑을 갈구하는 소년 빌리의 모험은 이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