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쓴 우리 국토에 대한 사랑과 관심
과연 살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교통이 편한 곳? 교육환경이 좋은 곳? 집값이 비싼 곳? 살기 좋은 곳에 대한 관심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의 실학자 이중환은 이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그 정답을 알기 위해 연구와 답사를 거듭했는데, 그 결과 쓴 책이 바로 『택리지(擇里志)』이다.
『택리지』는 사민총론, 팔도총론, 복거총론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민총론에서는 신분제 사회인 당시의 사(士), 농(農), 공(工), 상(商) 네 가지 신분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택리지』는 결국 이중 ‘사’에 속하는 사대부들이 살기 좋은 곳에 대한 책이다. 팔도총론에서는 한반도에서 살기 좋은 곳을 찾기 위해 팔도 구석구석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이 부분의 구체적이고도 과학적인 접근 때문에 『택리지』가 오늘날 조선 시대를 연구하는 뛰어난 지리서이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복거총론은 그런 고찰 결과를 바탕으로 조선에서 살기 좋은 곳을 말하고 있는데, 이를 지리(地理-풍수지리), 생리(生利-경제), 인심(人心), 산수(山水)로 세분화해서 말하고 있다.
이중환이 말하는 살기 좋은 곳은 “너른 들이 있어 먹고 살 만하고, 지리가 아름다우며, 한나절 정도 거리 안에 빼어난 산수를 가진 곳이 있는 곳”인데 곧이어 그의 결론은 결국 사람은 모여 살게 마련인데 사대부들은 서로 물어뜯고 싸워서 사대부가 살 만한 곳이란 ‘사대부가 없는 곳’ 밖에 없다고 하고 있다. 즉, 『택리지』를 쓴 목적은 처음에는 ‘살 만한 곳’을 찾으려는 것이었으나 결국 붕당정치로 인한 폐해로 백성들이 고통을 당하고 인재는 갈 곳이 없던 당시 시대상을 비판한 것이다.
오늘날 살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문제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일 것이다. 서로 싸우고 헐뜯어 살 만한 곳이란 사람이 없는 곳 밖에는 남지 않은 세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중환이 발로 쓴 우리나라 최고의 지리서 『택리지』는 그가 전국을 돌아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각 지방이 사람이 살 곳으로서 어떠한지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역사서들이 주로 왕을 중심으로 기술한데 반해, 『택리지』는 우리나라의 자연환경과 그곳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또한 단순히 우리의 살 곳에 대한 기록만이 아니라 그 당시 조선 사회의 불합리한 제도의 관습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