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안다’고 말하는 것이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인식되는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한 사람이자 프랑스의 절대 지성 미셸 푸코. 그의 사상과 글은 지금도 철학과 인문학, 사회과학 등의 분야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1926년 프랑스 푸아티에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소르본에서 철학과 심리학을 공부했고 1970년 이후 석학들만이 설 수 있다는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사상사 교수를 지냈다. 그의 주된 관심은 권력과 지식과의 관계, 지식의 역사에 관한 담론, 다양한 사회적 기구와 제도에 대한 비판 등으로 모아졌다. 그중 『지식의 고고학』은 어떤 대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시각, 즉 앎 또는 지식이라는 것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탐구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푸코의 청년 시절, 서양 철학은 이성 중심 철학에 대한 반성이 한창이었다. 인종차별과 대규모 학살을 낳은 제2차 세계 대전은 인간의 이성을 중시했던 당시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젊은 철학자들은 이성을 인간의 본질로 여기던 기존의 철학 대신 인간과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사고의 틀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지식의 고고학』은 그러한 문제에 대한 푸코의 대답 중 하나를 담고 있다. 푸코의 철학은 인간이 세계의 중심 또는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서구 전통 철학과 거리를 둔다. 오히려 인간이란, 세계라는 거대한 짜임 속에서 인식하고 사유하며 행동하는 존재라는 입장에서 철학을 시작한다.
그 첫 단계가 『지식의 고고학』에서 다루고 있는 인식론, 즉 우리는 어떻게 앎을 구성해 가는가에 대한 설명이다. 푸코는 인류의 역사에서 하나의 의견이 어떻게 지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조사했다. 또한 특정 분야의 지식이 역사를 통해 어떻게 변화하며 흘러왔는지를 비교하는 방법을 찾아 설명했다. 그것이 바로 고고학적 방법론으로, 어떠한 목적도 미리 정하지 않은 채 자료를 다루고 불연속의 지점을 찾아내어 분석하는 방법을 뜻한다. 정해진 맥락 없이 대상들을 다루고, 기록되지 않고 과거에 묻혀 있는 사물들을 연구하는 고고학적 방법론을 통해 앎의 역사를 기술하고자 한 것이다.
1969년에 간행된 『지식의 고고학』에서 푸코는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주의적 자세를 비판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에 대해 직접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층을 연구해 연대를 측정하는 고고학적 방법으로, 언어 행위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담론과 언표들을 연구해 각 시대의 특이성과 지식의 인식 과정을 설명한다. 우리가 ‘안다’라고 말하는 것이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인식되는지에 대한 자신의 연구와 생각을 보여 주는 것이다. 우리의 이성이 사물을 포착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앎' 이 아닌 사물과 언어, 사회적 제도와 권력이 만들어낸 세계가 우리의 주의를 이끌어 '앎' 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