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먼 멜빌 탄생 200주년 기념 출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수상 작가 크리스토프 샤부테
원작의 철학과 감동을 극대화하는 시적이고 강렬한 화면
“우리는 모두 일정 부분 에이해브 선장이다.”
우리는 모두 일정 부분 에이해브 선장이다. 나는 강인하면서 광적이고 완고하며 불가사의한 동시에 늙고 무력하고 유약하며 두려움에 사로잡힌 에이해브를 그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를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적인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 인물들의 눈빛과 대사가 없는 적막한 그림 속에서 독자들이 더 많은 것들을 읽어내길 바란다. _크리스토프 샤부테
노벨연구소가 선정한 세계문학 100대 작품, [가디언]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소설로 꼽히는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프랑스 만화 작가 크리스토프 샤부테가 그래픽노블로 재탄생시켰다. 20세기 중반까지도 문학이 아니라 고래학 관련 서적으로 오해를 받을 만큼 고래와 포경업에 관한 치밀한 기록을 자랑하는 방대한 분량의 원작소설을 250여 쪽의 그래픽노블로 각색하면서, 샤부테는 인물들의 심리와 관계, 거기서 비롯되는 극적 긴장감을 더욱 부각했다. 각 장章의 시작에는 멜빌의 주요 문장을 배치하며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나갔고, 인물의 눈빛,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적막한 화면을 통해 인간의 공포와 분노, 집착과 광기 등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난파한 배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선원 이슈미얼의 회상으로 시작하는 원작과 달리, 항해를 꿈꾸며 드넓은 초원을 가로질러 바다로 향하는 이슈미얼의 현재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도록 각색한 점 역시 눈에 띄는 그래픽노블만의 특색이다.
전설적인 흰 고래 모비 딕과 대자연을 마주한 인간의 눈은 흑백의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샤부테의 그림 속에서 한층 돋보인다. 샤부테는 대사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탁월한 이미지로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래픽노블 『모비 딕』 역시 멜빌의 문장에 의존하기보다 대사가 없는 적막한 그림들을 남겨두었다. 에이해브 선장이 작품 속에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환유적으로 그의 다리와 의족으로만 인물을 표현하거나, 마지막 다섯 쪽에 걸쳐 흰 고래가 광기에 사로잡힌 인간을 끌고 검은 바다의 심연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 등은 이 그래픽노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크리스토프 샤부테의 『모비 딕』은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등으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2017년 미국 출간 후 ‘만화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아이스너상 ‘최우수 각색상’과 ‘최우수 작가상’ 두 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