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재는 분수를 배우기시작하는 초등학교 2~3학년 아이들용 수학책이라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글씨와 색감있는 그림, 엄청난 여백을 가지고 있다. 내용을 자세히 안보고 언뜻보면 어린이집 아이들의 책에 더 가까워보일 정도이다. 구성만 놓고 본다면 '기적의 한글학습'(길벗)이라는 한글을 공부하는 교재와 거의 비슷하면서 글자크기와 그림크기는 더 유아적 기호에 맞춰져있다.

어쩌면 직접 선택하였다면 이 책을 고르지 않았을 것 같다. 언뜻 아이수준이 안 맞는다는 생각도 들고 보다 아이가 빨리 성숙하고 성장하길 바라는 부모 마음에 이런 책을 본다는 것은 아이를 퇴보(?)시키는 것 같은 막연한 주저함이 든다.

조금만 어렵고 지루하고 진도가 안나가는 것 같으면 포기하기 쉽고, 시각적 정보에 대한 민감성이 크며 정서적으로 발달이 느린 저학년 남자아이에게 더 필요한 수학책이라고 느껴졌다. 실제로 초등학교 2학년으로 구구단을 3~4단정도를 겨우 외우고 있는 아들에게 이 책을 들이밀어 보았을 때 특별한 부가설명이나 질문, 이해에 대한 어려움 토로같은 것 없이 막힘없이 혼자앉아 풀어내는 모습을 보여주어 신통했다. 공부를 시작하면 5분이상을 진득하니 공부하지 못하고 무언가를 물어보러 계속 엄마를 부르고 쫓아와 질문을 하던 아이였으니 이 책의 구성과 방식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느껴진다.

공부하는 모습이 신통해서 곰곰히 이 책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니 이 책의 엄청난 여백과 큰 글씨는 남자아이들이 지루하게 느끼지 않고 지속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속도감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여백투성이의 이 책을 보다보면 종이를 헤프게 쓰는 것 같이 느껴지는 마음이 든다. 어린시절 한번쯤 낙서하나 되어있지 않은 프린트용지를 접어서 딱지를 만들고, 비행기를 접어 날렸다가 혼난 일이 생각난다. 내가 어린시절 프린트용지라는 것은 지금의 A4용지보다 약간 덜 하얗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얇은 종이였다. 교과서도 갈색의 갱지였을 시절이니 지금은 티슈만큼이나 하찮은 이 종이를 당시 어린학생으로 하여금 함부로 다루고 놀잇감으로 삼게 한다는 것은 사회적 금기에 가까웠다. 많은 시간이 지나 나의 생활방식과 인식이 사회상황과 같이 모두 변화되어 바뀌어버린줄 알았는데, 이 교재를 보면서 종이가 헤프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는 것을 보니 아직도 아이가 쓰는 종이에 대한 오랜 과거의 절대 기준 같은 것이 남아있는가 보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