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과 민족, 종교적 편견으로 단기간에 6백만 명을 학살하는 잔인한 인간, 무고한 인간들이 처참하게 유린당하는 현실을 수수방관하며 바라보는 무책임한 신. 『우리는 혼자였다』는 이들을 향한 분노의 절규를 쏟아낸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작품이다. 어린 시절 나치의 인종 말살 정책이 불러온 엄청난 참상을 목격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 정착한 저자는 자신의 기억에서 꺼낸 그 아픈 역사를 탄탄한 필력으로 한 컷, 한 컷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려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중산층으로 평온하게 살아가던 에스텔은 나치의 유대인 말살 정책이 극성을 부리자 신분을 위장한 채 어린 딸 리사를 데리고 러시아 국경 근처 작은 마을로 숨어든다. 추위와 굶주림, 폭력과 죽음의 공포에 떨며 이리저리 쫓겨 다니던 그녀는 만신창이가 된 채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여 전선에서 돌아온 남편과 눈물겹게 재회한다. 작품의 내용은 비극적인 한 가족의 역사일 뿐이지만, 그들이 겪은 고통은 극한 상황에 처한 보편적 인간의 고뇌이며, 폭력과 침묵이 키운 거대한 고통의 역사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