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학살, 20세기 이념으로 중무장한 신 종교전쟁
책과 도서관 파괴의 역사는 20세기만의 특징이 아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파괴나 중국 진시황의 분서갱유에서 보는 것처럼 책의 학살은 인간의 역사 초기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이 책이 특히 20세기 책의 학살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에는 독재자나 지배 세력이 권력을 향한 욕망과 힘의 표현으로 책의 학살을 주도했다면, 20세기 이후에는 치밀하고 정교하게 조작된 합법성과 사회적인 승인하에 학살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권위주의적인 정부나 제도, 체제에 의해 일어나는 ‘책의 학살’ 사건이 제노사이드(genocide, 인종말살)와 에스노사이드(ethnocide, 문화말살)를 일으키는 동일한 힘과 메커니즘에 의해 벌어진다는 점을, 20세기 대표적인 다섯 가지 대규모 책과 도서관 파괴 사건을 통해 분석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민족주의, 국가주의, 공산주의 등의 이념에 초점을 맞추어, 인류의 행복과 이상을 지향하기 위해 인간의 지성이 만들어낸 이념들이 도리어 어떻게 우리에게 가장 잔인한 결말을 맺게 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