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서 셰익스피어, 다윈, 프로이트를 지나
펑크록에 이르기까지 감정의 역사를 추적한다.
우리의 삶은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지하철에 가방을 두고 내린 사실을 깨닫고 당황해 하고 갑자기 들려오는 크나큰 소리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며 으슥한 골목길에서는 사람 형상을 닮은 것만 봐도 공포를 느낀다. 경쟁 상대의 승승장구에 질투가 밀려오다가도 연인이나 오랜 벗의 격려 한마디에 금세 행복감에 사로잡힌다. 인간에게 감정 없는 삶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 책은 감정을 생물학적 성질의 것인 동시에 문화적 성질을 지닌 것으로 바라봄으로써 인간의 문화사를 통해 감정의 문화사를 들여다보는 과감하고도 새로운 시도를 담고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문화사가인 스튜어트 월턴(Stuart Walton)은 다윈이 인간의 기본 감정으로 꼽은 6가지 감정에 더해 그 6가지와 충분히 구별되면서도 엄격한 뜻에서 감정으로 규정할 만한 4가지 감정, 즉 질투, 수치, 당황, 경멸을 덧붙인 10가지 감정을 가지고, 개별 감정이 처음 시작된 기원에서부터 국가나 언론, 광고 매체 등이 적극적으로 감정을 이용하고 조작하는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문학과 예술, 철학, 대중문화를 분석함으로써 감정이 어떻게 인간 사회를 바꾸었고, 또 인간 사회는 어떻게 감정을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 책을 꼭 처음부터 읽을 필요는 없다. 마음이 끌리는 감정부터 펼쳐 놓고 편하게 읽어 내려가며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에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독일의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눈뜨는 봄」,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의 『모피를 두른 비너스』에 이르는 문학 작품들과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에이드리언 라인 감독의 「위험한 정사」를 비롯한 각종 영화들, 초현실주의 미술과 펑크 록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책 곳곳에 숨겨 놓은 보석 같은 인간 문화의 유산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