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분명 우리 발밑에 광대히 펼쳐져 있지만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그 유령 같은 풍경으로 뚜벅뚜벅 걸어 내려간 이가 있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논픽션 작가인 윌 헌트다. 저자는 열여섯 살 여름, 고향 로드아일랜드주의 프로비던스에서 자신의 집 아래를 지나는 버려진 터널을 우연히 발견한다. 절퍽거리는 진흙 바닥과 어둡고 습한 공기의 터널 안을 손전등 불빛에 의지하여 한 발 두 발 내딛던 그는 곧 그곳이 자신을 강하게 끌어당기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첫 번째 터널 탐험에서 받은 매혹적인 인상은 두고두고 그의 영감을 자극하여 뉴욕의 지하철과 하수구를 시작으로 전 세계 2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동굴, 지하묘지, 벙커 등을 탐험하는 평생의 여정을 추진할 역사적인 계기가 된다.
발아래 세계의 삶과 역사를 매혹적으로 그려낸 『언더그라운드』(원제: Underground)는 아마존이 선정한 “2019년 2월의 책”에 이름을 올렸고, 다양한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았다. 저자는 첫 번째 저작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유려한 필치로 우리를 한껏 끌어당긴다. 이 책은 지하세계에 대한 저자의 집착을 보여주는 개인적 탐험사인 동시에, 인간과 지하의 역사와 관계를 통해 동굴과 그 밖의 어두운 공동(空洞)이 갖는 두려움과 매혹이 우리를 어떻게 지하에서 내쫓고 또 다시금 끌어들이는지를 다룬 광각적 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