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문화’에서 ‘동의의 문화’로
우리 사회는 이미 은연중에 ‘성폭력 문화’가 팽배해 있었고, 반면 문제점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엠마는 이런 성폭력 문화에 대적하기 위해서는 그저 치한을 몰아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 그녀는 이미 우리 삶 안에 들어와 있는 남자들, 즉 아버지, 오빠, 남동생, 남편, 남친 등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음을 피력한다. 이들은 자기들이 이른바 ‘성범죄자’로 여겨지는 사람들과 같은 취급을 받기를 원하지 않지만, 엠마는 남자들의 이런 불평 뒤에는 ‘서로 만들어 가는 관계’에 대한 거부가 숨겨져 있다고 꼬집는다. 그리고 문제의 본질은 서로 간의 ‘동의 여부’에 있다고 주장한다. 반드시 무기를 들이대면서 저질러야만 범죄가 성사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야 어떻든 아랑곳 없이 내 욕구만 채우려고 드는 욕심이 문제의 핵심이며, 이는 여자의 역할이란 결국 남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일로만 생각하도록 세뇌받아 온 인류의 오랜 편견 속에서 만연된 ‘성폭력 문화’에 기인함을 지적한다.
『다른 시선』 1권과 2권에서도 보았듯 엠마의 시선은 비단 여성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행해지는 부조리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심층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공권력의 남용과 비리에 대해서 신랄하게 보여주고, 생산 노동과 생식 및 번식 노동의 부당한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감정 노동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