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의 말을 제대로 연구하려면 그 지역에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갈 수 없는 땅. 그 때문에 방언학자 한성우는 간접 체류 방식을 택했다. 바로 공동저자 설송아를 비롯한 북한 출신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각종 연구자료와 드라마, 영화, 소설 등을 참조하는 것. ‘가상의 방언조사, 가상의 평양 체류기’를 표방하는 이 책은 그렇게 탄생했다. ‘표준어’가 남한의 말을 대표하듯 ‘문화어’는 북한의 말을 대변하며, 저자가 북한 말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전해주기에《문화어 수업》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책은 삶의 기본인 의식주 용어부터 호칭, 옛말, 욕설, 은어까지 북한 말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북한에 ‘찌개’라는 말이 없는 건 그런 음식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연인과 통화할 때 ‘오빠 지금 뭐하는데?’라며 남한식 호칭과 억양을 사용하는 북한 젊은이들 모습에서는 남한 대중문화의 영향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왜 ‘다시다’는 북한에서도 ‘다시다’인지, 북한 말에는 왜 높임법이 없는지 등, 일상의 북한 말을 살피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북한의 사람과 풍경이 그려진다.
북한의 말을 다룬 책은 이미 충분하다. 그러나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 말은 여전히 ‘낯설거나 이상하거나 웃기거나 과격한’ 것이다. 이제까지 북한 말에 대한 언급이 다른 것, 흥미를 끌만 한 것에 주목한 결과다. 한성우는 말한다. “남북의 말은 다르기보다는 같다. 남한 사람들에게 일상의 북한 말을 생생하게 보여주면 알게 될 것이다.” 그가 ‘가상의 평양살이’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 책을 통해 남북의 말에서 드러나는 ‘약간의 차이와 간격’을 어떻게 잘 좁혀나갈 수 있을지, 북한의 말, 더 나아가 그 말을 쓰는 북한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