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음악은 소리와 시간의 예술로 이해된다. 여기에 과하거나 동의하지 못할 부분은 없다. 그러나 만약 애초에 음악이 공간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사물로서 인식되고, 사물을 통해 비로소 소리로 번역되는 것이 음악이었다면 어땠을까. 음악 비평가 신예슬의 『음악의 사물들』을 읽다 보면 드는 생각이다. 이 책은 음악에서 비롯했으나, 음악의 도구에서 벗어나, 음악의 가능성을 발견한 사물들을 다룬다. 구체적으로 작곡가의 악상을 기록하는 악보, 인간의 연주를 대체하는 자동 악기, 소리를 기록하고 재생하는 음반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을 따라 음악에 대한 질문이 연쇄한다.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
클래식이라 일컫는 서양 음악의 전통에서 우리는 작곡가가 악보에 기록한 음악 ‘작품’을, 연주자의 연주를 통해 듣는다. 그러나 우리가 듣는 것이 과연 그 작곡가가 남긴 작품이 맞을까? “연주는 종종 이미 만들어진 작품에 대한 해석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 해석의 대상이 정확히 무엇인지 묻는 순간 모든 것이 모호해진다. 해석의 대상은 물론 우리가 작품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으나 연주자가 손에 쥔 것은 악보고 우리가 작품이라고 부르는 대상은 악보가 아니며, 악보에 그 음악의 모든 것이 다 적혀 있다고 확언하기도 어렵다.” 저자는 처음부터 독자를 오리무중에 빠뜨리고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악보에 적혀 있는 것들이 과연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