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 위험한 감각의 착란
“시마(詩魔)라는 강력한 살(煞)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시인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엄마는 나를 또 낳았다]의 「시인의 말」 중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내가 되지 않게 내가 되고 있을게요”. 미국의 현대미술가 제니 홀저도 이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원하는 것에서 나를 지켜 줘”라고. 내가 되지 않게 내가 된다는 것. 내가 원하는 것에서 나를 지켜 달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는 나를 규정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나를 지켜 내겠다는, 즉 나를 규정하는 모든 것들을 거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의미한다고 본다. 나를 이루는 모든 것들, 심지어 내가 원하는 것들마저 부정하는 나의 상태를 유지하는 일. 내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가혹하게 검열하는 일. “아직 돌아오지 않는 나를 기다리며/당분간 안쪽은 비워 두기로 하자”(「세모의 안쪽」). 가혹하리만큼 스스로를 부정해 가며 나를 비워 둔 나의 몸에 시가 머무른다.
시인의 몸은 이런 것이다. 그들이 마음껏 유희할 수 있는, 그들이 몇 번이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고, 그들을 잉태할 수 있는 거대한 공간이 되는 일. 그리고 이 시를 읽는 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시인에 의해 탄생한 특별한 빨강. 그 어떤 빨강보다 선명한 빨강. 이제는 이것을 읽는 것만으로도 온갖 감각에 모두 이를 수 있는 시인의 빨강을 말이다. 이것은 시라는 붉은 광기에 대한 이야기다. 시인의 광기는 불온하고 명랑한 빛깔을 지니고 있다. 이 시집을 읽은, 앞으로 읽을 자들이 경험할 즐겁고 위험한 감각의 착란을 위하여. 이미 읽는 것만으로도 온갖 감각에 모두 이를 수 있는 시의 언어가 탄생하기를 기대하며. 이 불온하고 명랑한 시인의 첫 시집이 무한히 축복받기를.”(이상 전영규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석민재 시인은 1975년 경상남도 하동에서 태어났으며, 2015년 [시와 사상], 2017년 [세계일보]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엄마는 나를 또 낳았다]는 석민재 시인의 첫 번째 신작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