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읽기의 새로운 시작점, 펭귄판 『자본』
많은 사람이 고전 읽기에 도전하지만, 완독을 포기하게 만드는 책들이 있다. 고전의 반열에 오를수록 원전보다 해설서가 더 어려울 때도 많다.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도 그렇다. 1867년 제1권이 출간된 『자본』은 이제 날카로운 ‘혁명’의 무기도 아니고 가슴 뛰는 ‘해방’의 묵시록도 아니지만, 이런저런 필독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여러 언어로 해설서도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가장 적절하게 분석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여전히 문제적이고, 우리는 자본주의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캐피탈 리딩 인트로』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에르네스트 만델(Ernest Mandel)이 펭귄출판사에서 낸 영어판 『자본』(전 3권)에 각각 쓴 ‘서문(Introduction)’을 묶어 전세계 최초로 출간한 책이다. 1976년, 1978년, 1981년에 쓴 이 서문들에서 만델은 각 권의 저술 계획과 구성, 핵심 내용은 물론 ‘재생산 도식’이나 ‘전형 문제’를 비롯해 『자본』이 출간된 뒤 마르크스주의 진영과 비마르크스주의 진영 사이에서 논쟁이 된 쟁점들을 꼼꼼히 살핀다. 추상에서 구체로 내려오는 서술 체계를 갖춘 『자본』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자본』을 둘러싼 대부분의 논쟁이 저술 계획과 서술 체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마르크스의 주요한 발견이나 이론의 단면을 비판한 탓에 오류를 저질렀다고 지적하고, 『자본』 각 권이 이론과 현실에서 지니는 함의나 위상을 짚는다.
애초에 한 권의 책으로 계획되지는 않았지만 『자본』을 읽는 데 중요한 텍스트로 인정받는 이 책은 2002년에 번역이 끝났지만, 저작권자를 찾지 못해 출간을 미뤄야 했다. 벨기에에 사는 만델의 두 번째 아내 안느 스프리몽(Anne Sprimont)하고 연락이 닿아 저작권 계약을 맺기까지 15년이 걸렸다. 먼지 쌓인 초역 원고를 꺼내어 손보고, ‘자본 읽기 시작 책’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옮긴이 주를 더한 뒤 고 김수행 선생이 번역한 한국어판을 대조해 『자본』을 처음 읽거나 다시 읽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하는 데 2년이 더 흘렀다. 그리고 지금, 마침내 ‘『자본』 읽기의 새로운 시작점’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