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된 윤지회 작가.

귀엽고 단순해보이는 그림체와 달리 암 투병 중인, 다소 무거운 내용의 인스타툰이었지요. 작가의 투병기는 현재진행형이라, 만화를 잘 보고 있었지만 섣불리 댓글 달기가 조심스러웠고 그러면서도 계속 작가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작가의 기록들을 모아 <사기병>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고 하여 궁금했는데, 감사하게도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책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산뜻한 분홍색 표지가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책이었어요.

두꺼운 책이지만 누드제본 형태여서

어느 페이지라도 쫙쫙 잘 펴진답니다.

글로 생생하게 기록된 작가의 투병기와,

단순하고 덤덤한 그림체로

더 마음이 쓰이는 만화 투병기,

동화책같이 아름다운 삽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아왔던 내용이라서 큰 감흥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또한 저의 기우였지요. 책의 어느 순간부터 계속 울면서 읽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좀 더 열심히 삶을 살아내겠노라고 다짐했어요.

읽는 내내 작년까지 투병하셨던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저희 가족은 부산에 거주하는지라, 치료를 위해 수없이 서울을 왔다 갔다 했어야 했고 나중에 부모님은 서울에 원룸을 구해서 치료를 이어가기도 하셨지요. 아버지도 그 독한 항암을 겨우 버텨내시면서도 부작용에 너무나도 힘들어 하셨었어요. 하지만 이제 그 시간들도 1년이 더 넘게 지났고, 한동안 그 기억들을 잊어내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며 상기하게 되었어요. 그랬지, 그만큼 힘드셨지 하고 말이죠. 힘든 치료 과정을 견디시면서도, 회복을 빨리 하기 위해서 한 바퀴에 한 손가락씩 접어 가시며 병원 복도를 운동하듯 다니셨던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아른거려요. 그래서 책에서 본 '살아야 한다,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많다'라는 글이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어요. 그치만 작가님은 이 과정을.. 꼭 이겨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희망과 일말의 긍정을 찾아내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저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너무 마음 쓰고 힘 쓸 필요 없다는 작가의 말 또한 너무 와닿았고요. 현재에 충실해서, 좀 더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건강하게 살아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삶이란 그리고 가족이란 참으로 감사하고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 만화 형식이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책,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살아야 한다.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많다. (p.121)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