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없는 박정희 체제'와 싸우는 법
'박정희 유전자'란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박정희 체제의 흔적들을 말한다. 작년은 5·16쿠테타 50주년이었고 올해는 유신쿠테타 40주년이지만, 박정희의 시대는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 독재 시기에 자행된 수많은 국가 범죄는 여전히 묻혀 있고, 박정희가 만들어놓은 정치·문화·경제·사회의 여러 제도와 관습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사회 지도층에는 박정희식 사고방식과 언행을 보이는 그의 직간접적 후계자들이 있다. 이 책은 우리 눈에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 '박정희 유전자'의 정체를 밝히고 있다.
박정희 유전자는 경제, 언론, 정치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인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박정희가 만든 경제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수 기업에 모든 특혜를 몰아주던 박정희 시기의 경제개발이 오늘날의 재벌과 부의 쏠림 현상을 만든 것이다. 이 책은 그밖에도 언론에 대한 통제, 제왕적 대통령제, 남북 간의 대결주의, 사상 통제, 일본군 위안부 보상 문제와 독도 영유권 분쟁 등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문제들이 박정희 유전자에서 기인했음을 밝힌다. 또, 박정희의 권력 유전자가 그 후예들에게 이어져서 '박정희 없는 박정희 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지적한다.
한국 국민이라면 박정희가 누구인지는 다 알고 있지만, 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안다. 그런 점에서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식 서술과 오늘날의 시각에 근거한 평가로 박정희 시대의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잘 정리하고 있는 이 책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핵심 관련자들의 증언 녹음 테이프와 취재노트, 주요 인물들의 회고록과 실록 등을 바탕으로 5·16과 12·12의 진실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박정희 유전자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길을 제시한다. 박정희 유전자를 찾는 일은 박정희 개인에 대한 탐구를 넘어, 한국 사회의 지형도를 그리는 것과도 같다. 2012년 오늘날 우리가 다시 박정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