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과 어둠이 내린 밤의 루브르에서, 은퇴를 앞둔 노인과 신비로운 여인의 만남. 우연히 만난 두 인물은 함께 순례를 시작한다. 근엄함은 벗어던지고서, 기이하고 또 자유롭게. 예술과 권력, 유혹과 조롱, 웃음과 감동 사이에서 춤추듯 역할을 바꾸며 이어가는 그들의 순례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삶을 돌아보는 여행이고, 또 잃어버린 환상과 설렘을 회복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가장 고전적인 예술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루브르 박물관을 배경으로, 가장 현대적인 예술매체인 만화로 표현하여, 예술에 관한 여러 담론들을 신선한 이야기로 선보여 온 ‘루브르 만화 컬렉션’ 여섯번째 권이다. 책의 주인공인 박물관은 순례의 장소가 될 뿐만 아니라, 권위를 과시하기도 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두리번대는 우리를 이끌기도 한다. 외향적 욕망이 거칠게 넘실대는 곳부터 신비롭고 은밀한 깊은 구석까지, 작가는 박물관이라는 공간의 이중적 성격에 주목한다. 위엄스럽기 그지없는 〈루이 14세〉 초상화 앞에서 장난스런 농담을 주고받다가, 곧 자리를 옮겨 은근하고 유려한 쾌락주의를 그려낸 프라고나르의 작품을 즐기는 장면에서, 공간성의 변환은 또렷이 드러난다. 그 순간 자유와 낭만을 향한 둘의 몰입은 극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