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의 모범, 5천 년 중국사에서 가장 탁월한 역사서
『사통』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중국의 역사 편찬 체재인 편년체(연·월·일 순으로 기록하는 역사 서술 체재)나 기전체(본기·열전·표·지로 구성하는 역사 서술 체재)로 쓰여진 역사서가 아니다. 편년체의 대표라고 일컬어지는 공자의 『춘추』나 좌구명의 『좌전』, 왕조실록, 또는 기전체의 원류로 꼽히는 사마천의 『사기』나 그 밖의 중국 역대 왕조의 정사正史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책의 성격을 규정한다면 인류 최초의 ‘역사학개론서’, ‘역사비평서’, ‘역사이론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유지기는 실록을 편찬하는 사관史官으로서 궁궐에 들어갔다가 문제의식을 절감하고 나와버렸는데,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그로 하여금 제대로 된 역사학적 양식으로 역사를 서술할 수 없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역사 서술의 작업을 버리고, 역사를 기록하는 원칙이나 방법을 탐구하고 정리해서 역사학개론서 『사통』을 저술했다.
중국 5천 년 역사는 그 긴 세월만큼 수많은 사서를 양산해냈다. 하지만 그 많은 사서가 있었음에도 『사통』 이전에는 사서의 비평과 연구 자체가 주된 관심사였던 저술은 없었다. 역사에 대한 안목과 심사숙고, 그리고 여러 방면에 걸친 폭넓은 지식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 바로 사서 비평이기 때문이다. 유지기의 『사통』이 나온 이래 많은 역사가가 사서를 편찬할 때 이 책에서 서술한 역사 편찬의 형식과 구성 등을 따랐으며, 이 책을 모범으로 삼아 사평서史評書도 저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평서의 거의 대부분이 한 저서나 한 시대를 대상으로 했을 뿐이고, 『사통』처럼 사학 이론 전반에 걸친 저서는 나오지 않았다. 마땅히 『사통』은 중국 5천 년 역사에서 최고의 지위를 갖는 역사서라고 부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