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때문이 아니라 치료 때문에 죽는다
존엄한 죽음을 방해하는 과잉의료의 실체
자연의 섭리인 노화와 죽음을 병으로 둔갑시켜 건강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히게 만든 그 불편한 진실을 새롭게 마주보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더불어 자신의 인생을 더 이상 남의 손에 맡기지 말고 스스로 죽음을 준비해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갈 것을 제안한다. 한평생 의료계에 몸담은 70대 노의사인 저자는 스스로 존엄사를 선택해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곧 사는 방식을 점검하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생의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결정하자는 권유를 남기고 있다.
언뜻 보면 의료를 전면 부정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과잉의료 실태를 꼬집되 결코 의사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정직하게 진정으로 필요한 부분을 피력한다. 그리고 의사란 생명을 다루는 절대자가 아닌 조력자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하는 현명한 의료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도 의료기술에 대한 맹신과 환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죽음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책에 등장하는 사전의료의향서, 생전 장례식, 엔딩노트 등은 단순히 사후 처리 문제를 정리해둔다는 의미를 넘어 지금 살아 있는 순간들에 대해 어떻게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에 관해 훈련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