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일본 작가들의 책을 자주 접했고 좋아하는 작가들도 많다. 그 중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 빠져 한동안 그의 책만을 몰아서 볼 정도로 그의 열렬한 팬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최근들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은 사실 기대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최초로 sf 미스터리 소설 '패러독스 13'이 나온다고해서 기대도 많이 했고 빨리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생각보다 긴장감이나 재미가 떨어진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새로운 시도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야기는 일본 우주 항공 개발 기구인 'JAXA'는 총리에게 곧 일어날 엄청난 일에 대한 보고를 한다. 그것은 블랙홀의 영향으로 지구에 엄청난 에너지파가 발생한다는 것.... 그로인해 13초란 시공간이 발생하는데 13초란 시간으로 인해 지구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해답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이 보고를 받은 총리는 대안이 없기에 사람들의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비밀이 밖으로 유출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게 된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한 사건 현장에서 경시청 관리관 구가 세이야는 상사에게 밑도끝도 없는 지시를 받게 된다. 그것은 다름아닌 무슨일이 있어도 1시부터 1시 20분 사이에는 절대 아무런 행동도 실행에 옮기지 말라는.... 허나 구가는 지금 엄청난 규모의 보석을 절도한 중국범죄단을 검거하기 일보직전에 있다. 바로 그 현장에 자신의 관할 지역이라며 말단 형사인 동생 후유키의 개입으로 그는 그만 범인의 총에 맞게 되고 이를 본 동생은 달려나가는데.....

갑자기 주위에 아무도 없다. 여기저기 불길에 휩싸인 건물이나 차량들을 보면서 망연자실한 휴유키.. 그는 자신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분간할 수가 없다. 휴유키는 생존해 있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데 그 중에 형 세이야도 속해 있다. 계속되는 지진과 여진으로 인해 더 이상 안전한 장소가 없다. 식량문제를 비롯해서 건강 역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되자 그들 속에서 분란이 일어나는데....

솔직히 '패러독스 13'을 읽으면서 자꾸만 예전에 읽었던 '눈 먼 자들의 도시'가 자꾸만 생각이 난다. 두 작품의 공통점이라고하면 내일에 대한 희망이 없는 상태에 놓인 인간들의 모습이 어떤 식으로 변해갈 수 있는지 선과 악.. 그 기준조차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살기위해 몸부림 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연약한 면이 여실히 들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총리관저에서 이 모든 일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세이야는 'P-13'속에서 살아갈 해결 방안을 내 놓지만 그것은 여성들에게 커다란 수치심을 안겨주는 해결책이라 수긍하기가 힘들다. 결국 야쿠자가 내 놓는 방법을 따르기로 하는 사람들과 남겨진 세이야 일행... 그들은 결국 자신들이 원하는 선택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

책의 분량이 상당하다. 책장도 어느정도 잘 넘어가지만 긴장감이나 재미는 사실 부족하다는 느낌을 어쩔 수 없이 받게 된다. 이런류의 이야기는 이미 다른 책에서도 익히 만나 온 상황이라 더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많이 2%가 아닌 10%정도 부족한 느낌이랄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 어쩔 수 없이 그의 책을 읽게 된다. 나역시도 그의 책은 재미를 떠나 신간이 출간 되었다면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것이다. 다음번에는 예전의 그의 작품에서 만났던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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