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반 : 여럿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크고 둥근 상]
시민들과 홍대 인디씬들이 ‘두리반’에 둘러앉은 까닭은?
동교동 삼거리에 위치한 칼국숫집 ‘두리반’은 오고 가는 행인들과 일대 회사원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평범한 음식점이었다. 손님들에게도, 이 음식점을 운영하는 주인의 네 식구에게도 그들의 곤궁한 배를 채우고 삶을 영위해가기 위한 ‘사막의 우물’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곳 두리반에 더 이상 칼국수 손님들이 아닌 용역깡패와 건설사 관계자들이 무단으로 드나들고, 급기야 이에 대항한 시민연합군(?)이 모이기 시작했다. 과연 홍대 앞 사거리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유채림 펑크록(錄) 『매력만점 철거농성장』은 동교동 삼거리 일대 재개발을 둘러싸고 공권력과 거대 기업의 합작으로 서민들의 삶의 터전과 생존권마저 사지에 내몰린 어느 칼국숫집의 농성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시민과 문화 · 예술가(활동가)들이 모여 연대한 새로운 형태의 농성 방식과 그 기록들. 관의 냉소와 무관심, 더딘 문제 해결 등으로 지난한 시간이었던 반면, 용역깡패와 기업의 외압 등으로 급박했던 531일간의 일들을 글로 꼼꼼히 기록해 그날의 사진들과 함께 일기처럼 모아 출간하였다.
이글을 쓴 저자 유채림은 ‘두리반’ 사태의 당사자이자, 중견 소설가로 활동 중인 작가이다. ‘두리반’ 사태가 시작되면서 그 즉시 소설가는 생업인 편집일을 내려놓고, ‘투쟁가’가 되어야 했다. 늘 작품으로 그려냈던 ‘픽션’의 세계가 눈앞에서 ‘논픽션’이 되는 순간을 처절히 경험하며, 그는 작가의 방식으로 싸우며 공권력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인정 없는 국가 폭력에 맞서 새로운 방식의 퍼포먼스와 문화 운동의 방식으로 ‘비폭력 문화 농성’을 전개했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다큐멘터리’가 되었고, ‘칼국수 음악회’, ‘두리반 문학포럼’ 등 다양한 문화 행사와 문화 운동으로 기획되어 대중들의 참여와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작가는 소설가답게 이 531일간의 농성을 그만의 필체와 입담으로 꼼꼼히 기록하고 묘사했다. 사막과 같은 이 땅에 더 많은 ‘두리반’ 같은 곳이 생기길 염원하며, 이 사회를 지탱하는 99%의 서발턴들의 생명력과 희망의 불씨를 보여준, 작지만 의미 있는 사건을 ‘작가의 방식’으로 세상에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