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첫 시집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이후 6년 만에 이승희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가 출간되었다. 첫 시집에서 시인은 가난한 시절에 대한 기억, 고단한 현실에 대한 응시 속에서 궁극적인 삶의 거소(居所)를 더듬어 찾아가는 여정을 섬세하고 투명한 목소리로 담아낸 바 있다. 화려한 파격이나 손쉬운 초월에 기대지 않고, 경험적 충실성과 서정적 회감(回感)의 원리로 단단하고 생기 넘치는 그의 작품들은 이후 이승희 시인의 시적 행보를 주목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부정적인 곡괭이보다 긍정적인 호미”(정호승 시인)를 사용하여 시를 짓는다는 평을 들은 바 있는 시인이지만, 이번 시집은 상실과 절망, 죽음의 이미지들이 도처에서 읽는 이의 발목을 잡아 깊은 우울 속으로 빠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