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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잃어버린 계절
글쓴이
김시종 저
출판사
창비
출판일
2019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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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김시종

시인. 1929년 부산에서 태어나 제주도에서 자랐다. 1948년 '4·3항쟁'에 참여했다가 이듬해 일본으로 밀항해 1950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일본어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재일조선인들이 모여 사는 오사카 이쿠노에서 생활하며 문화 및 교육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953년 서클지 『진달래』를 창간(1958년 폐간)했지만 조선총련과의 갈등으로 힘든 시절을 보냈다. 이후 조선총련의 탄압을 뚫고 독자적 활동을 펼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86년 『'재일'의 틈에서』로 제40회 마이니치출판문화상, 1992년 『원야의 시』로 오구마 히데오상 특별상, 2011년 『잃어버린 계절』로 제41회 다카미 준상, 2022년 한국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수여하는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의 특별조치로 1949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제주도를 찾았다. 시집으로 『지평선』(1955), 『일본풍토기』(1957), 『니이가타』(1970), 『이카이노시집』(1978), 『원야의 시』(1991), 『화석의 여름』(1999), 『경계의 시』(2005), 『재역 조선시집』(2007), 『잃어버린 계절』(2010), 『배면의 지도』(2018) 등이 있다. 시집을 시작으로 자전과 평론집 대부분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왔다.

책 소개

분야에세이
“나는 조용히 네게 맥주를 권하고
초록의 유품인 젓가락을 가지런히 놓았다”

재일 조선인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김시종의 계절 시편
까칠까칠한 언어, 찢어진 호흡, 낯선 서정을 만나다

현대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고 재일 조선인으로서의 운명에 맞서며 평생 치열한 작품활동을 펼쳐온 김시종 시인의 시집 『잃어버린 계절』이 번역 출간되었다. 철학자 이진경과 한국문학 연구자 카게모또 쓰요시의 공동 번역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완역본이다.
김시종 시인은 제주 4·3항쟁에 휘말려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1949년 일본으로 탈출하여 오오사까의 재일 조선인 거주지 이까이노에 정착한 뒤 줄곧 일본어로 시를 써왔다. 시인에게 일본어는 자신의 감성과 의식 체계의 밑바탕이 되는 모국어나 다름없는 언어였다. 그러나 스스로 ‘일본어에 대한 보복’으로 문필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듯이, 그의 시는 일본식 문체가 아닌 데다가 반일본적 서정이 담겨 있다. 그런 까닭에 적지 않은 세월 동안 일본 문단의 주류에서 벗어나 있기도 했으나, 이후 마이니찌출판문화상(1986), 오구마히데오상 특별상(1992), 타까미준상(2011), 오사라기지로오상(2015) 등을 수상하고 최근 ‘김시종 컬렉션’이라는 제목의 저작집이 출간되는 등 주목받고 있다.
『잃어버린 계절』의 옮긴이들은 ‘일본식 서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낯선 어법을 구사하는 저자의 일본어를 우리말로 제대로 옮기기 위해 각별히 애를 썼으며, 해설에 가까운 ‘옮긴이의 말’을 통해 김시종의 문학적 삶과 독특한 시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자 했다.

김시종을 읽는다는 것은
그것을 읽는 나의 서정과 대면하는 일이다

『잃어버린 계절』은 2010년에 출간된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으로, 계절별로 8편씩 모두 32편의 시가 실려 있다. 제41회 타까미준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시집은 원서에 붙은 ‘사시(四時) 시집’이라는 부제만 보면 사계절을 제재로 하여 자연을 노래하는 서정시로 읽히기 쉽다. 그러나 실제 안에 담긴 것은 자연을 찬미하는 부드럽고 평화로운 서정이 아니다. 시인은 “삶의 밑바닥에 앙금처럼”(「구멍」) 남은 잃어버린 시간들을 되살려내어 자연과 인간을 다른 무엇으로 대면하고자 비극적 삶과 타인의 고통을 성찰하는 서정, 곧 ‘서정에 반하는 서정’(옮긴이의 말)에 가닿는다. 여기서 우리는 평생 서정과 대결해온 시인이 이 시집의 제목을 ‘김시종 서정 시집’이라고 하려다 민망해서 그만두었다는 말을 또렷이 이해해야 한다.
시인은 녹슬어가는 일상의 시간을 바림질하며 빛바랜 영상으로 남아 있는 ‘멈춘 시간’들을 현재 속으로 불러내어 “스스로 시간의 출구”(「녹스는 풍경」)가 되어간다. 돌아갈 곳을 잃었으나 “어디서 살든 죽지 않는 한 사람은 살게 마련이다”(「잃어버린 계절」)라는 시인의 외침은 자못 처연하게 들려온다. 갈 곳 없는 삶에도 계절은 어김없이 피고 질 것이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나라일지라도/도달할 수는 있을 터”(「귀향」), 그리하여 시인은 고요한 마음의 지평, “끝없는 꿈의 대지”(「여름 그후」)를 찾아나서는 것이다.
구순(九旬)의 나이에 “지금 나는/부도덕할 만큼 살찐 놈”(「어금니」)이라는 깨달음 속에서 시인은 “이제야 알게 된 나의 어리석은 60년”(「여름 그후」)을 곱씹어본다. 그리고 거기에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만큼 사소한 존재들에게 촉촉한 시선을 던지면서, 아득하게 멀리 있고 이제는 오지 않게 된 것들과 우리가 매일 잃어버리지만 “결코 미미하다 할 수 없”(「봄에 오지 않게 된 것들」)는 것들에 대해 쓴다. 파편처럼 깊이 박힌 쓰라린 기억들을 되새기며, 조국을 빼앗았던 식민 종주국의 언어로 시를 써온 노시인의 회한과 “누구도 밀쳐낼 수 없는/깊은 우수”(「마을」)가 서린 시들이 오래도록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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