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음악을 어떻게 듣고 연주하는가?
음악해석에 관한 19편의 철학적 사색
쇼팽 에튀드 〈대양〉을 듣다보면 너른 바다 위로 파도가 밀려왔다가는 이미지가 연상되고, 라벨의 〈물의 유희〉를 듣다보면 물방울이 통통 튀고 흘러내리고 솟아오르는 이미지가 연상된다. 우리는 어떻게 음악에서 이러한 정서(감정)를 경험하는가? 음악해석학에 따르면, 음악은 특정한 정서(작곡가의 의도 등)를 표출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서는 선율, 조성, 박자 등의 음악형식 속에 구상화되고, 우리는 그러한 음악을 경청하고 분석함으로써 그 안에 내재된 특정한 정서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음악해석의 또 다른 양상은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같은 작품이라도 연주자나 지휘자가 누구이냐에 따라 음악의 분위기나 어조가 다르다. 같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 해도 글렌 굴드의 연주와 커크 패트릭의 연주가 다르게 들린다. 하나의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음악해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음악해석은 작곡가의 작품을 소리로 전환(연주)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템포, 리듬, 다이내믹, 악센트, 악구 구성법 등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이 악보에 기록되어 있지만 이들을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연주자의 (역사적, 문화적, 미학적) 관점에 달려 있다. 일례로, 속도 지시기호인 알레그로(빠르게 연주)를 생각해보자.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 ‘빠르게’의 정확한 기준은 존재하는가? 답은 ‘No’이다.
이 책은 이러한 음악해석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소개되고 있는 19편의 에세이는 음악가의 관점이 악보에 구체적으로 표현되었는지, 이러한 악보의 지시사항들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엄밀히 고려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작곡가의 의도를 인지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지와 같은, 음악작품에 대한 음악적 해석의 본질적인 특성을 고찰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을 인간의 다른 인지적 활동과 연관 지어 음악해석의 미학적, 문화적, 역사적 담론을 시사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음악적 현상과 비음악적 현상, 음악적 의미와 언어적 의미 간에 존재하는 구조적인 차이까지 논하고 있다. 이는 음악을 듣고 연주하고 느끼는 우리의 모든 행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