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교실 옆엔 옥상이 있어요.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의 옥상이요. 그곳을 화단으로 만들고 싶었던 저는 잠겨있던 문을 열고 작년 아이들과 함께 심고 길렀던 양파와 쪽파, 그리고 무궁화 화분을 옮겨두었습니다.
아직 볼 것도 별로 없고 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은 화단이었지만 우리 반 화단이 생겼다는 것에 아이들은 설레어했어요. 그런 아이들이 예뻐서 저는 흙과 거름과 화분과 꽃과 채소 모종을 부지런히 사다 날랐지요. 때로는 시골에 가서 흙을 퍼오기도 하고 들판에 지천으로 널린 개불알풀과 광대나물, 꽃마리, 애기똥풀, 봄맞이꽃을 모셔오기도 했습니다. 우리 들녘에서 자라는 들꽃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아이들은 흙을 나르는 일도 화분을 나르는 일도 재밌어했어요. 평소 해보지 못한 일들이었다나요? ^^
우리는 화단에 이름도 지어줬어요. 한쪽 벽엔 커다란 에어컨 실외기가 다섯 대 있고, 식생활관 환풍기가 나 있어 들들들 소음을 내며 바람이 나오고. 해가 늦게 뜨고 빨리 지고, 오후만 되면 건물 사이를 지나는 바람이 할퀴고 가는 곳이지만 식물을 기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고마운 우리들의 공간. 우리는 그곳을 ‘시똥누기 화단’으로 부르기로 했어요. 시똥을 누는 아이들이 가꾸는 화단이니까요.^^ 화단에 꽃을 심자 신기하게도 곤충이 날아왔고(3층인데도 말이죠!) 우리는 그 작은 생명들이 궁금해 도감을 찾아보며 공부도 했어요. 참 즐거운 공부였어요.
화단이 저희에게 준 게 너무도 많아요. 좁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다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도 저도 발길이 저절로 화단으로 향했어요. 화단에 나가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거든요. 초록의 식물들이 주는 위로가 대단했어요.
『맨드라미 프로포즈』는 3학년 5반 26명의 아이들과 제가 화단을 가꾸며 한 해를 보낸 기록이 담긴 책이에요. 처음부터 책을 내기 위해 기록을 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저 아이들과의 일상을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하는 걸 좋아해서 써두었던 것인데 모아보니 한 권의 책이 되었네요.
밤사이 변화된 식물들의 모습에 신기해하던 눈빛들, 새로운 곤충이라도 나타나면 쪼르르 달려와 제게 알려주던 아이들의 상기된 표정들, 쫑알거리던 입술들, 화단에서 나누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초록의 생명들과 함께 환히 웃던 아이들의 건강한 웃음을 이 기록을 통해 오래오래 기억하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