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지만
궁핍한 시대, 우리를 위로하는 음악, 재즈
숱한 재즈 관련 기획을 진행했고, 국내 유일의 재즈 음반 전문 매장 ‘애프터아워즈’를 운영하며 KBS 클래식 FM <재즈 수첩>를 진행하고 있는 재즈 애호가 황덕호 씨가 재즈와 함께 보낸 시간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애정어린 재즈 음반 12장을 소개한다. 한 달에 한 장씩, 저자가 선물하는 음반을 듣는다면 1년어치의 재즈 프로젝트를 감상하는 것과 같다.
음반 12장은 단순히 좋은 곡들이 끼어 있는 콜렉션이 아니라, 한 장 전체에 담긴 메시지와 그 의미가 남다른, 저자의 호의 넘치는 선곡이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그만큼 재즈의 시작과 끝을 이루면서 보편적인 주제들을 전달하는 '고전'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한 음반 감상집이나 비평서가 아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른 음악"이라는 역사학자 에릭 홉스붐의 말처럼 재즈는 전혀 고상하거나 우아한 귀족의 전유물이 아닐 뿐더러 한 시대에 소멸하는 얕은 생명력의 유행 또한 아니다. 소리가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과 시대의 반영을 담은 역사다.
저자는 음악에 대해 전혀 문외한 일수도 있는 우리에게 곤궁하고 힘든 시대, 혹은 시기를 살아가는 데 있어 소박하지만 진득한 취미를 재즈로 제안하고 있다. 쳇 베이커나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같은 연주자 부터 빌리 홀리데이 같은 보컬리스트까지 재즈에서 쓰여지는 다양한 악기의 음색과 장르의 특징, 재즈사에 걸쳐 두드러진 모습들을 한 눈에 돌아볼 수 있는 명반들을 선정하여 수록했다. 음반 최초 발매 때 실린 해설문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풍부하게 엮어 읽는 맛을 더하고 있다. 12장의 음반을 다 들을 때 쯤, 재즈는 더 이상 기묘한 음악이 아닌, 새로운 변화 혹은 흥미로운 취향 중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