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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부엌에서 지중해를 보았다
글쓴이
이지형 저
출판사
디오네
출판일
2019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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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이지형

밤하늘 별들이 흐릿해진 뒤로는 운명을 믿는 사람이 드물다. 그래도 세상엔 암시와 탄식이 넘쳐나고, 운명에 관한 이론들은 건재하다. 은밀한 법칙과 강렬한 단언 이면의 풍경이 궁금해 그들의 속내를 오랫동안 탐색해 왔다. 《마흔에 시작하는 30일 주역》, 《강호인문학》, 《꼬마 달마의 마음수업》, 《저 산은 내게》를 썼다. 학술지 〈스켑틱〉에 「음양오행이라는 거대한 농담, 위험한 농담」(6호), 「주역을 믿어선 안 되는 7가지 이유」(20호)를 게재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조선일보〉에서 학술 기자로 일했다.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미학을 공부했다.

책 소개

분야에세이
그 남자가 부엌으로 향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였다. 직장에서 일하고, 일과가 끝나면 사람들과 술 한잔 걸치고, 주말이면 피곤하다는 이유로 소파와 한 몸을 이룬 채 TV 리모컨만 이리저리 돌리고……. 그랬던 그가 어느 날 TV를 끄고 거실 소파를 떠나, 식탁을 지나쳐 부엌으로 향했다. 대체 무슨 이유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부처님이 제자 1250명과 함께 있다가 밥때가 되자 제자들을 이끌고 발우를 든 채 성으로 들어가 밥을 얻었다. 그러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와 밥을 먹었다. 옷과 발우를 거둔 후 발을 씻고 자리에 앉으니…….”

바로 『금강경』 때문이었다. 1250명의 행렬이 성내를 천천히 돌며 공양을 받는 모습, 다시 거처로 돌아와 밥을 먹고, 그릇을 깨끗이 씻은 뒤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연후에야 정좌하는 그 모습. 남자는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진리가 펼쳐지기 시작하는 곳이 밥 먹고 설거지하는 일상”이라는 『금강경』의 메시지에 감동하고 감탄했다. 그는 바로 다음 날부터 부엌에 들어가 한 손에 식재료, 한 손에 칼을 들고 거룩하고도 숭고한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이 일상이 되었고, 부엌은 남자에게 신비한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알아차렸다. 부엌이 주는 위로와 안락을.

부엌은 이제 그 남자의 거처가 되었다. 그는 부엌을 통해 잠시라도 삶의 황홀함을 맛본다. 다른 세상인 것처럼. 그래서 날도 채 밝지 않은 새벽.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 허술한 차림에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진입한다. 밤새 누구도 건들지 않은 적막한 공간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남자는 깊은 산속을 헤매는 것도 같다. 이슬 맞은 대나무 잎들 파르르 흔들리는, 단아한 숲의 끝자락에 자리한 산사(山寺)를 향해. 그곳에서 남자는 날마다 선(禪)한다. 칼과 도마와 냄비와 프라이팬을 차례로 바꿔 들고, 갖가지 식재료를 씻고 썰고 익히면서 세상을 관(觀)한다. 그러고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조용히 살피고 찬찬히 맛본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적었다. 『부엌에서 지중해를 보았다』에는 미역과 홍어, 도다리쑥국과 샐러드, 그리고 기타 등등의 요리와 음식(당연히 술도 포함!)을 통해 달고 시고 쓰고 짠 우리네 삶과 세상을 관조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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