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속에 갇힌 지 3일이 지났다.”
피터 제임스의 범죄 미스터리 시리즈 중 로이 그레이스 형사가 등장하는 첫 번째 작품, 『데드 심플』이 드디어 국내에 소개된다. 출간 즉시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차례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35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작품성을 공인받았다. 미스터리 소설의 본고장 영국에서는 이미 저자 피터 제임스를 눈여겨보며, '가장 독창적인 미스터리 작가의 명예로운 귀환' 이라고 반기고 있다.
『데드 심플』에서 수사관 로이 그레이스는 총각파티 날 사라진 마이클의 실종 사건을 맡는다. 결혼식을 3일 앞두고 열린 총각파티에서 짓궂은 장난을 계획한 친구들은 새신랑을 관에 가두고 한 시간 후에 꺼내주겠다며 생매장한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친구들이 모두 사망하고, 마이클이 관 속에 갇힌 채 생매장당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게 되어버렸다. 돌아오지 않는 친구들을 기다리는 가운데 마이클이 갇힌 관 속에는 점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고, 죽음의 공포가 극한에 이른 순간 어둠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좁디 좁은 죽음의 공간에 갇힌 채로 미지의 존재와 협상을 하는 마이클, 누구를 믿어야 할지 확신할 수 없는 이 극한의 상황에서 그는 과연 돌아올 수 있을까?
총 90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에는 영화 제작자인 피터 제임스의 감각이 충분히 발현되었다. 마치 90개의 카메라가 각 장면과 인물을 촬영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질주하는 스토리는 시시각각 독자와 등장인물의 거리를 좁힌다.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약혼녀 애슐리를 떠올리며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마이클의 상황과 약혼자가 나타나기를 바라며 웨딩드레스를 입고 예약된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애슐리의 모습과 마이클의 행방을 좇으며 사라진 아내 샌디를 떠올리는 그레이스 형사의 모습 등 인물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사실적인 대화는 읽는 이에게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비극에 짓눌리는 듯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그런 까닭에 비단 추리소설 독자가 아니라도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피터 제임스의 소설에 매력에 빠져 들게 될 것이다. ‘책에서 손을 떨 수 없다.’는 그 흔한 말의 참뜻을 느끼게 되었다는 어느 서평처럼 『데드 심플』은 오직 트릭에만 매달리는 기존 미스터리에 질린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조금의 모자람도 없는 밀도 높은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