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더러운 쓰레기’가 되어
외국인 용역노동의 실태를 고발하다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현저히 낮다.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폭행, 사기 같은 높은 장벽이 그들과 우리 사이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숙제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외국인 용역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30여 년 전 독일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독일에서만 3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30여 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독일인인 이 책의 지은이 귄터 발라프는 터키인 ‘알리’로 위장한 채 맥도널드, 제철소, 제약업체의 임상시험 연구실에 지원해 불법으로 일한다. ‘터키인 알리’는 그곳에서 모든 저항을 포기하고 아무런 힘도 없는 외국인 용역노동자의 역할을 극단의 경계까지 연기함으로써 독일 사회의 아킬레스를 드러낸다. 다시 말해 역할놀이를 통해 사회의 실제적인 문제를 전면에 까발린 것이다.
가장 더럽고 힘들며 위험한 작업에 투입된 ‘그들’은 마스크나 작업화, 안전모, 심지어 장갑 한 짝도 지급받지 못한 채 살인적인 근무시간에 시달렸다. 제대로 된 임금은 기대하기도 어려웠고 이마저도 제때 받지 못했다. 행여 이러한 부당한 대우에 항의라도 하면 돌아오는 것은 해고였다.
책이 출간된 이후 작가 귄터 발라프는 수많은 소송에 연루되어 지루한 법정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러나 그가 가져온 파장은 상상 이상이었다. 발라프의 호소는 수많은 것들을 바꾸었다. 이 책은 유럽 각국으로 번역되어 사람들의 인간적, 사회심리적, 정치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 덴마크 노동보호청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상세한 조사가 이뤄졌고, 스페인에서는 10만 부가 넘게 팔리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쟁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이 책은 외국인 용역노동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은 물론 어떻게 그들과 상생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뼈 있는 통찰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