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이 오해를 받는 것은, 단지 그들 자신에 대해 설명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폴 모랑
그림 속에 머물러 온 고양이들의 이야기
5천 년 동안 모든 대륙에서, 모든 사회와 계급의 집 안에서 고양이는 인간과 함께해왔다. 하지만 고양이는 실내에 살면서도 ‘애완동물’이 되지 않는 자존심을 지녔으며, 그 평온한 눈동자는 순식간에 사납게 변하기도 한다. 우리를 빤히 바라보는 고양이의 눈, 어둠 속에 반짝이는 시선은 온갖 진실들을 꿰뚫어 보는 듯 마술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천년의 그림여행》으로 잘 알려진 스테파노 추피는 특유의 유려한 문체로 인류 역사를 통틀어 미술작품, 특히 그림에서 고양이가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설명한다. 미술사 전체를 보여줄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고른 200여 점의 도판들은 다빈치, 렘브란트, 샤르댕, 마네, 르누아르, 보나르, 마티스, 피카소 등 여러 화가들은 물론 이집트 조각, 폼페이 모자이크, 중세 채색삽화, 르네상스 종교화, 플랑드르 정물화, 일본 판화 등 다양한 문화와 기법을 아우른다. 물론 고양이가 언제나 주인공인 것은 아니다. 구석에 감춰져 있던 고양이가 재발견되기도 하며, 주제와 상관없어 보이는 무심한 모습의 고양이가 오히려 인상적인 이미지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독립적이고, 밤에 활동하고, 신비롭다는 이유로 전 세계에서 마녀와 악마와 연관된 편견의 대상이 되었다. 고양이에 대한 불길한 미신은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에 지금까지 수많은 논쟁거리를 남겼으며, 때로는 박해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미신은 중세를 넘어, 18세기 고야의 판화에서 악몽에 시달리는 화가의 등 뒤에 눈을 빛내는 고양이의 모습에까지 남아 있다. 그러나 고양이는 조금씩 천천히 승리를 향해 나아갔으며, 미술은 그 과정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암암리에 남아 있는 대중의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꿋꿋이 목구멍을 가르릉거리며 가정의 평온과 즐거움, 안정을 상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