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사랑에 빠진 파키스탄 청년, 9.11을 목격하다
파키스탄 라호르 지방, 어둠이 내리기 직전의 예시가지 한 식당에서 파키스탄 청년 찬게즈와 수상쩍은 미국인 남자가 앉아 대화를 나눈다. 대화라고는 하지만 소설은 끝까지, 오직 찬게즈 한 사람만의 목소리만을 들려준다. 라호르에서 보낸 어린 시절, 프린스턴 유학 시절, 미국 굴지의 기업에 취업하게 된 사연과 그 회사에서 인정받고 활약한 일들, 그리고 아름답지만 어딘지 위태로운 미국 여성, 에리카와 사랑에 빠진 은밀한 이야기까지.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인의 목소리는 단 한 번도 서술되지 않는다. 작가 모신 하미드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이제는, 국제 사회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미국과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세계의 목소리가 아닌, 제3세계의 목소리를 들어볼 때가 되었다고 말하는 듯하다.
서로 호감을 가진 찬게즈와 에리카가 서서히 가까워질 무렵 찬게즈는 필리핀으로 출장을 떠나고, 그곳에서 뉴욕의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져 내리는 뉴스를 보게 된다. 그리고 행복한 미래가 보장된 듯 보였던 그의 삶은 격정과 혼란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찬게즈의 목소리는 무엇을 말하는가? 우수한 성적으로 프린스턴을 졸업한 총명하고 성실하며 야심찬 한 젊은이가 꾸었던 달콤한 아메리칸 드림, 매력적인 미국 여성 에리카와 사랑을 나누며 한때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행복했던 한 청년이 충격과 혼란을 딛고 오랜 번민과 고뇌 후에 낼 수 있었던 깨달음의 목소리는 '청중'들이 숨죽이고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