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선희 시인이 그리고 있는 시적 대지에 첫 발을 디뎌 본 사람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시적 이미지는 '가벼움'이다. 그녀의 시적 화자는 부단히 몸을 무겁게 하는 사물들을 '벗고', '지우고', 더 나아가 그들로부터 '떠나' 몸을 가볍게 만든다. 그것은 그녀의 시적 자아가 자신의 존재성을 가볍게 만들고자 하는 욕망에 충실함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류선희 시인의 작품들은 순백으로 빛나는 시의 성전을 구축하고 무의미함과 삭막함으로 일상을 영위하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생의 진정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복음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