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7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칸다하르로 향하던 23명의 대한민국 국민, 달리 표현하자면 샘물교회 교인들로 구성된 단기선교팀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되 때, 충격과 근심 가운데서도 당시 샘물교회 박은조 담임목사는 주일예배를 인도하고 늘 해오던 대로 설교를 선포해야 했다. 교회에서는 대책회의와 기도회가 연일 이어지고 온 나라와 전 세계가 그 일로 인해 40일 넘게 떠들썩하던 그 기간에, 그는 과연 어떤 설교를 했던 것일까? 아끼던 동역자인 배형규 목사의 피살 소식을 접하고, 충성스런 청년 교인의 희생 소식까지 들려오고, 온 세상이 샘물교회와 기독교 전반을 비난하는 가운데, 그를 통해 선포된 하나님의 말씀은 무엇이었을까? 놀랍게도 그것은 ‘십자가’였다. 변명도 원망도 아닌, 오직 순전한 복음이었다. 특별히 삶의 구체적인 영역에서 십자가 정신이 녹아나기를 강조한 당시 그의 설교 주제는 ‘영성’이었다. 그리고 전체적인 주제는 십자가 없이는 영광도 없다(no cross, no crown)는 것이었다.
당시 피랍 상황을 설교 가운데 간간이 전하기도 하면서, 박은조 목사는 ‘우리가 걸어야 할 십자가 영성의 길’을 담담히 증거했다.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자아가 죽을 때 진정한 거룩(성결)이 시작되며, 섬김을 위해 하나님이 주신 선물(은사)에 대해 설명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본받아 우리도 성육신의 영성을 가져야 함을 설교할 때는 당시 분위기에서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저자는 이밖에도 사회정의, 복음전도 등, 세상의 시각을 뛰어넘어 십자가를 온전히 따르는 기독교인의 올바른 삶의 자세와 영성에 관해 설명했다. 이번에 책으로 정리한 이 십자가 영성에 관한 메시지들은 당시 샘물교회 성도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되었다. 이 책의 후반부는 저자가 성장하여 자리를 잡은 샘물교회를 돌연 내려놓고 목회 후반기의 나이에 개척을 선포하면서, 샘물교회를 떠나기 전 몇주간에 걸쳐 전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은 공교롭게도 2007년 아프간 사태 당시 전했던 메시지와 주제가 일맥 상통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환난과 핍박 속에서는 물론, 상황이 지난 그 이후에도 여전히 십자가를 져야 하며, 가정과 사회와 교회 등 모든 일상생활에서 십자가의 정신(영성)으로 살아야 참된 영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가슴 절절한 고통의 순간에도 결코 놓을 수 없었던 주 예수의 십자가! 40일 동안 기도회가 진행되던 가운데 피맺히고 절절한 십자가의 메시지가 있었기에 저자와 샘물교회 성도들은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 바라볼 수 있었고, 세상이 알 수 없는 찬란한 영광을 위해 이 땅에서 죽음의 길을 선택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배우게 되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주님이 걸어가신 그 길, 십자가의 길로 우리는 부르시는 그 구체적인 길 안내를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