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경험이 응축된 지혜를 담은 책
≪안씨가훈≫은 모두 2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편 는 이 책의 집필목적을 밝히는 서문에 해당하고, 제2편 부터 제5편 까지는 자식, 형제, 아내 등 가정 내의 교육에 관한 내용이고, 제6편 부터 제19편 까지는 세상에 진출하여 사대부로서 지녀야 할 인격, 처신, 학문적 소양, 기예(技藝) 등에 관한 내용이며, 제20편 는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사색을 담고 있다.
전체 내용을 살펴보면, 집안의 대소사(大小事)로부터 학문(學問)과 기예(技藝), 군사(軍事)와 종교(宗敎), 인생관(人生觀) 등에 대한 적절한 교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교훈을 전달하기 위해 안지추는 옛 성현들의 명언(名言)에 의존하지 않고, 대부분 자신이 일상으로 체험한 것과 직접 보고 들은 사건, 당시 민간에 떠돌던 소문 등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난세를 살아가야 할 자손들을 위한 지혜를 응축하여 집대성한 것이어서, 그 생생한 감동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으며, 가장 오래도록 사랑을 받는 가훈서가 될 수 있었다.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가치
≪안씨가훈≫은 집안 어른이 바로 곁에서 이야기하듯 자상한 문체로 서술되어 있다. 또한 유례없는 난세를 살아오면서 터득한 생존의 지혜, 가문을 보전해온 처세방식뿐만 아니라, 역경 속에서도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과 철학을 담고 있다. 아울러 세상을 바라보는 균형 잡힌 관점을 제시하고, 시대를 뛰어넘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담고 있어, 수많은 가훈서 중에서도 독보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서술 방식도 일방적으로 훈계하거나 명령하는 어투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이나 시간적 공간적으로 가까운 사례를 들어 증명하는 실증적(實證的) 문체를 택했다. 또한 일반화된 속담(俗談)이나 친근한 예화(例話)를 인용하면서 논리적이고 호소력 짙은 어투로 자손들을 설득하여 자상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문장 또한 당시에 유행했던 화려한 변려문체(騈儷文體)가 아니라, 간략하고 명쾌하면서 세련미 넘치는 단정한 문체를 구사하여, 읽는 즐거움이 크다는 점도 이 책이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유의 하나이다.
아울러 남북조시대의 생활(生活), 풍속(風俗), 학문(學問), 언어(言語) 등에 대해 안지추 자신이 직접 목도하고 체험한 생생한 증언이 담겨 있어,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는 물론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데도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