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잠 시인의 시들 속에는 운명의 길이 갈래갈래 뻗어 있다. 이 갈래길들이 그의 시들의 운명의 한 형식이 되었다. 그는 버릴 것은 버리고 뼈를 끊어서라도 떠나겠다고 다짐한다. "차가운 돌 속에 문고리를 건" 아버지의 죽음과 삶의 고통, 기억들, 상처와 분노로부터 벗어나서 "순결한 몸"으로 "낯선 길의 영원" 속으로 걸어 나가고자 한다. 초기의 산문시와 극도로 절제하는 근작까지 어우러져, 다소 늦은 감이 있는 첫 시집의 기다림을 헛되게 하지 않는 수준 높은 작품들이 가득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