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묵시조집 『백팔번뇌』는 육당 최남선 선생의 시조집 제목을 빌렸다. 시조 전통의 관례에 따라 현묵의 『백팔번뇌』 시조들은 제목이 거의 없다. 초장 전절로 차례를 삼고 그중 제목을 붙일만한 작품은 해당 시조 마지막 부분에 적어두었다. 시조창의 시대에는 제목이 아니라 곡명이 우선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은이가 ‘정서적 환경이 메마른 초로를 지나 노쇠기에 쓴 습작물’을 모아 낸 『백팔번뇌』는 “작품도 나이를 따라가는 것이어서 탄로, 회한, 원망, 투정, 안타까움, 죽음에 대한 것 등등 칙칙한 생각들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이번 시조집을 통해 문학성을 기대하기보다 “시조성의 대표적인 속성은 시조의 ‘틀’에 있다.”며 ‘시조성의 회복’을 위해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을 강력히 내비친다.
“시조의 틀은 어느 시대 한 개인의 창의에 의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의 테스트를 받고 또 이겨내면서 정제되어 오늘에 계승된 것, 오랜 세월 다듬어진 문학적 규범이 곧 시조이다. 그렇게 해서 성립한 문학제도상의 관례, 오늘에 전래한 문학적 관습인 것이며,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이미 승인하여 계승하게 된 기성의 틀인 것이다. 그리고 그 틀은 3장이라는 기본 골격으로 대표된다. 따라야 하고 지키자는 것이 규범이다.”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