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100만 부가 넘게 팔린 책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화제가 되었던 실화가 있다. 1884년, 선원들과 소년이 한 배에 타고 대서양을 표류하던 중, 다수의 의견에 따라 소년을 살해하여 식량으로 삼았던 사건이 일어난다. 한 선원이 이 사건을 일기에 기록했고, 나중에 그 일기가 발각되어 살인에 가담한 선장과 선원들이 기소된다. 일명 ‘라이프보트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 실화를 뿌리로 소설 『라이프보트』가 시작됐다.
작가 샬럿 로건은 법률 교과서에 실린 이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긴장감 넘치는 심리 드라마로 이를 재탄생시켰다. 난파된 거대 여객선 엠프레스 알렉산드라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 정원이 초과된 라이프보트에서 이들이 벌이는 광기 어린 생존 게임, 그리고 잔혹한 사건 뒤에 벌어지는 흥미로운 재판이 이 소설의 큰 줄기다. 그리고 이 줄기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가지를 뻗어 유기적인 이야기 구조를 이룬다.
이 책은 국적과 나이, 성별, 그리고 계급의 차이를 벗어나 '인간 본성의 극한'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생존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뿜어내는 말과 행동은 읽는 이에게 극적인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준다. 또한 영원히 논란거리로 남을 논제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물음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들을 끈질기게 따라다닌다. 석연찮은 제비뽑기로 사람들을 희생시킨 하디의 행동은 옳은가? 그런 하디를 맹비난하며 죽음에 이르게 한 그랜트 부인의 주장은 인정받을 수 있는가? 그렇다면 이들을 말없이 지켜보았던 사람들에게는 책임이 없는가? 대중소설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작가의 의도에 독자들은 여지없이 현혹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