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어야 하는가
『아직도 가야 할 길』 등의 저작에서 스캇 펙은 줄곧 외로움과 고통, 불완전함, 문제투성이의 삶을 어떻게 대면하고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60세에 이른 그는 인간에게 주어진 나머지 문제, 즉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그동안 살아온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깊은 통찰과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젠, 죽을 수 있게 해줘』에는 인간이 죽음을 택하는 거의 모든 방식-살인, 자살, 안락사, 자연사에 이르기까지-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죽음 해부학을 펼쳐 보인다. 그것들을 들여다보는 매개체는 ‘안락사’이지만 그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인간의 영혼과 그 영혼이 가진 가치와 아름다움이다. 즉, 안락사라는 문제에 대면한 순간, 인간이란 존재에게 영혼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것이 함축하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자문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아는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성숙해진다. 그들은 일생 동안 회피해온 문제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임종 시의 고백과 대화는 가능할 것 같지 않던 용서와 화해를 이루며 커다란 성장을 불러온다. 저자는, 늙고 죽는 과정에 수반되는 생존적 고통을 피하기 위해 자신을 죽이는 행위는 스스로 그 배움의 길을 막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안락사 등으로 죽음을 앞당기려는 것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육체적, 정서적 고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임을 지적한다. 또한 안락사는 자유의지를 가진 주체로서 죽음에 대한 결정권을 자신이 갖고 있다고 믿는 세속주의의 만연의 결과라고 말한다. 그래서 안락사 논쟁에 대한 대안으로 ‘호스피스’ 간호에 대한 사회 전반적 인식 확대를 제안한다. 실제로 ‘호스피스 간호를 손쉽게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나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한 안락사의 권리도 열렬히 지지할 것’이라고 강변하면서, 의사에 의한 조력 자살 문제에 대한 해답도 역시 호스피스의 확대임을 주장한다.
진정으로 큰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락사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갈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영혼과 영혼의 성장을 독려하는 사회를 원하는가의 여부다. 스캇 펙은 자신이 경험한 숱한 사례들을 통해, 죽어가는 것으로부터의 배움의 문제를 일깨우고 인생의 역경에 맞서는 법을 배우는 용기를 불러일으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