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삶을 확장하고 타인의 삶을 보듬는 인문학적 책 읽기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다독가, 장서가로도 잘 알려진 장석주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정오까지 글을 쓰고 오후에는 책을 읽고 사색한다. 십여 년 전 경기도 안성에 서재 ‘수졸재’를 지어 3만여 권의 책을 보관하고 해마다 1000여 권의 책을 사들인다. 시와 소설은 물론 에세이, 인문서, 역사서, 예술서, 과학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하는데, 그의 말처럼 그는 “책을 읽는 일에서 밥을 구하고 지혜를 구한다.” 책 읽고 글 쓰는 일이 곧 일상이자 일인 그에게 독서는 시간이 남아돌 때 한가롭게 빈둥거리며 하는 취미 활동이 아니다. 그는 매일 세끼를 먹듯 책을 읽는다.
『일상의 인문학』은 저자가 이처럼 “살기 위해, 또한 죽지 않기 위해” 읽어 온 책들에 관한 기록이다. 기다림, 망각, 타인, 결혼, 사랑, 불륜, 외로움, 미국, 죽음, 소비, 통섭, 정치, 노동, 악, 자연, 취향, 흡연, 여행, 돈, 시간, 자본주의, 탈현대, 생태주의, 문학, 자유, 죽음 등 50여 가지의 주제가 300여 권의 독서 기록과 함께 사유된다.
저자가 책에서 구하는 것은 지적 충일감을 넘어선 인식의 확장, 삶의 확장,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타자와의 소통이다. 삶과 세계 속에서 이런 주제들이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사유하고, “다시 그것들이 어떻게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드높이고 메마른 삶을 윤택하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궁리한다.” 독서란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극적으로 보이지만 이 행위를 통해 저자는 “지식과 정보들이 넘쳐 나는 세상에서, 상호 모순으로 충돌하는 의견과 제안 사이에서, 혹은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가 다른 넘치는 지식과 정보에 섞여 숨어 버린 상태에서 껍질이 아니라 ‘진리의 낟알’을 찾고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리고 타자의 부름에 응답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나쁜 정치에 저항하라고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