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패배자, 혹은 승자보다 더 사랑받는 패배자를 다룬 책. 제갈공명(제갈량)과, 로마공화정을 뒤흔들어놓은 한니발이 주인공이다. 그들의 내면과 시대상, 약 4백 년의 시차를 두고 고대 동양과 서양의 거대 세력에 맞서 ‘고군분투’한 두 사람의 행적을 다룬다. 당시 삼국이 각각 완전한 통일체를 이룬 것은 아니었다. 삼국의 형성은 기존 군사세력의 이합집산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각각 제국을 선포한 뒤에도 그 내부구조 속에는 사병집단의 연합관계가 많이 들어 있었다. 관우가 오랫동안 荊州에서 독립된 위치를 갖고 있었던 점, 魏나라 명장 사마의(사마중달)의 후손이 魏나라를 찬탈하여 晋나라를 세우는 일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가토 도루(加藤徹) 교수의 견해가 흥미롭다. 그는 ‘남자’를 뜻하는 男(남), 漢(한), 士(사), 俠(협)의 예를 들며 男은 女의 상대로서 남자, 漢은 땀과 피를 흘리는 뜨거운 남자, 士는 높은 뜻을 품은 사대부의 남자, 俠은 신의를 위해 목숨도 태연히 버리는 남자라면서, 사서 ≪삼국지≫와 소설 ≪삼국연의≫가 재미있는 것은 漢ㆍ士ㆍ俠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중 최고의 ‘협’으로 유비를, 이상적인 ‘사’로 제갈공명을 꼽았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중국인은 역사에서 美學을 찾는데, 천하쟁탈전에서 이기더라도 왕조의 수명은 2백여 년에 불과할 뿐이지만 역사라는 캔버스에 그려진 義의 미학은 영원히 남는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유비와 공명은 죽을 때까지 완고하게 자신의 미학에 얽매인 인물이었다. 유비는 蜀 땅에 웅거한 뒤에도 俠의 용병 정신을 유지했고, 공명은 사대부로 士의 미학을 관철시켰다. 유비와 공명은 최고의 俠과 士의 조합이었으며, 이는 후세만이 아니라 동시대 상대국 사람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이 책은 이러한 시각을 담고 있다. 용병대장으로 끝날 수도 있었을 유비를 황제의 자리에 올려놓고 그 아들 유선에게 충성을 다하다가 오장원 진중에서 죽은 공명은, 싫든 좋든 사대부의 전범이었다. 그러나 사람 보는 눈이 약할 때도 있었다. 지나치게 이론으로 치닫는 마속에게 군사를 맡겨 실패하고는 그 목을 베어야 할 처지에 빠진 것이 단적인 예이다(읍참마속[泣斬馬謖]). 책에서는, 조운(조자룡)의 무거운 충고를 들어야 하는 공명의 절박한 처지를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