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의 경계에 서 있는 젊음의 불안과 방황을 통한 자아실현과 영적 탐구를 헤르만 헤세만큼 투명하고 생생하게 보여준 작가는 없었다. 현대문학에서는 질풍노도의 성장기에 겪었던 혼돈과 투쟁, 그리고 그것을 통해 완전한 자유에 이르는 과정을 기록한 헤세의 날카롭고 섬세한 글들을 「헤르만 헤세 선집」으로 묶어 소개한다. 선과 악,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자연과 정신, 육체와 영혼의 이분법을 지양하고, 삶에 대한 더 높은 지평을 제공하는 헤세의 작품들은 험난한 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다.
『데미안』은 『싯다르타』와 『황야의 늑대』 같은 내면화의 시기의 대표작들과 더불어 헤세의 작품들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읽히고 있고, ‘헤세 르네상스’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었다. 헤세가 초기의 낭만과 서정에서 나아가 좀 더 복합적이고 비의적이고 의미심장한 내면화의 시기로 접어든 큰 계기는 카를 융의 정신분석학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속에서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밝음과 어둠, 선과 악’을 모두 포괄하는 새로운 종교의 탄생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대목이나 남성성과 여성성, 감성과 이성, 육체와 영혼 같은 양극적인 요소가 상호 보완을 통해 궁극적인 조화로 나아가게 된다는 생각에는 헤세가 정신분석 치료를 받으면서 접한 융 사상의 영향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