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을 꿈꾼 청년들은 왜 동지들을 잔인하게 살해했을까?
일본 사회의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 적군파를 해부한다!
다섯 명의 청년들이 219시간 동안 3만 5천 명의 경찰과 대결한 사상 초유의 인질극 ‘아사마 산장 사건’. 북한에 혁명 기지를 건설한다며 평양으로 간 일본 최초의 비행기 납치 ‘요도호 사건’. 이스라엘 공항에서 총기를 무차별 난사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텔아비브 공항 습격 사건’. 그리고 잔인한 동지 살해로 일본 진보 운동에 찬물을 끼얹은 ‘연합적군 숙청 사건’…….
40년이 지난 지금도 적군파의 악명은 잊혀지지 않았다. 적군파는 당대의 어떤 학생 운동 조직보다도 과격하고 급진적인 투쟁 노선을 걸었다. 대학에 들어와 사회 문제에 눈뜬 평범한 청년들이 적군파에서 세계 혁명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투사로 변신했다. 그러나 그들이 다다른 종착점은 동지 살해라는 참혹한 비극이었다. 좌파 활동가들은 좌패 내부에 망연자실했고, 운동의 지지자였던 이들이 잇따라 등을 돌렸다. 동지 살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혁명’은 일본 사회의 금기어가 되었다.
《적군파》는 일본 진보의 역사에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긴 이 문제적 조직을, 그들이 저지른 숙청 사건의 실체를 객관적 시선으로 치밀하게 추적한 최초의 책이다. 사회학자이자 일본 좌파 운동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 퍼트리샤 스테인호프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 또는 정신 이상자의 소행으로 매도되기 십상인 연합적군 숙청 사건에서 인간 심리의 보편성을 발견한다.
적군파 멤버들은 평범하게 성장하다 대학에 들어와 사회 문제에 관심을 품은, 여느 20대와 다르지 않은 순수한 젊은이였다. 그들이 참혹한 비극에 다다르기까지 걸어간 길은 누구나 빠져들 수 있는 심리적 함정이었다. 이 책은 적군파의 결성부터 소멸까지 전 과정을 추적하며 그들의 내면을 고스란히 독자 앞에 드러내 보여준다. ‘내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과연 벗어날 수 있었을까?’라고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